[사설] 해체 수준 'LH 혁신안' 만든다더니 고작 땜질 처방인가

입력 2021-05-20 17:22   수정 2021-05-21 00:07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대강의 혁신안이 어제 나왔다. 지난 3월 초 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땅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두 달 반 만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개선안은 △LH 조직·기능에 대한 국민 눈높이 수준의 혁신 △투기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 △엄격한 경영평가 시행과 지난해 평가 결과 조정 등이다. 여기엔 LH 임직원들의 퇴직 후 취업제한 강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홍 부총리는 이런 방향으로 정부안을 확정해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내달 중 혁신안을 최종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이고 구체적 내용을 담아도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대강의 방향만 봐도 병(病)의 원인을 고치는 근본처방이 아니라, 상처난 곳에 살짝 약만 바르고 덮으려는 ‘대증(對症)처방’임을 알 수 있다. “해체 수준의 혁신안이 나올 것”(김부겸 국무총리), “범정부적으로 ‘투기 전수조사’ 를 벌이겠다”(홍 부총리)며 요란을 떨었지만 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에 가깝다.

LH 사태가 터진 이유는 누구나 다 알듯이 정부 주도로 주거 문제를 풀겠다는 오판과 과욕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LH 역할을 저소득 소외계층, 청년 등의 주거복지 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주택시장에서 민간과 경쟁하면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선수’로 썼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개발정보를 이용한 음성적 투기가 횡행한 게 사태의 본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LH 혁신안의 핵심은 그동안 주택과 토지개발 분야에서 비정상적으로 LH에 집중된 권한과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울러 LH가 주택건설과 신도시 개발 등에서 쌓은 노하우로 해외로 진출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끔 길을 터줄 필요도 있다. 이런 근본적인 방향 전환 없이 공직자들의 투기를 막겠다고 재산을 등록시키고, 퇴직 후 취업과 수임을 제한하는 식으로 부조리를 근절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LH 사태가 터지자마자 “공무원들의 불법 투기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려면 LH 기능의 대폭 축소와 사전 예방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큰정부’가 초래하는 부작용과 폐해를 인식하고 근본 발상을 전환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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